지리산 종주 + 영남알프스 비박
평생에 몇번 찾아오지 않는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이번에 내가 계획한 일정은 바로
지리산 종주와 영남알프스 종주&비박이었다.
어릴땐 부모님께 이끌려 반강제적으로 등산을 하였지만,
지금은 그 기억들이 경험이 되어 가끔씩 산을 찾게된다.
그래봐야 일년에 몇번이지만..
1. 지리산 종주
지리산 종주 역시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던 일이었고
산이 험준하지 않아, 가끔씩 등산을 즐기는 나에게는
딱 안성맞춤인 산행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큰 무리없이 다녀오긴 했지만,
일종의 타협형 계획을 세웠음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리산 종주의 양 끝지점을 제외한(화엄사, 대원사),
성산리-중산리(성중종주) 코스였기에 망정이지...
성삼재에 내려서 바라본 하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설렘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한 새벽 등산은,
주변에는 바람과 물소리만이
내가 감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등산을 하는 동안 혼자만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생각까지도 할 수 있구나를 깨닫게 된 것도 잠시..
아무런 생각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렇게 도합 2일간의 종주는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구름에 가려 멋진 일출을 보지도 못하였고,
(참고로 내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원하던 만큼 많은 술을 마시지도 못하였고,
(참고로 내가 두번째로 기대했던 부분이다.)
화창한 날씨에 평생 자랑할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다.
다만, 여행의 목적은 그 뷰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라 했던가?
처음 계획을 세울때부터, 지리산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정상까지 올라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서툰 방식으로 코펠을 사용해가며 끼니를 떼우고,
대피소 잠자리가 영 어색하였지만 눕자마자 곯아떨어지고,
다 내려와서 개운한 목욕까지!
한순간순간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소중한 경험이다.
2. 영남알프스 비박
꾸준한 조기회를 하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한명 있다.
성격은 나와 정 반대지만, 생각이나 취미만큼은 비슷해
종종 어울리는 이 친구와 처음 계획했던 것은
지리산 종주... 다만 대피소 예약 실패로
지리산은 나홀로 다녀오게 되었고, 친구와는 영알종주를!
태극종주며 환코스며.. 그럴듯한 수식어구가 붙어있는
각종 등산코스들을 찾아보며, 우리가 계획한 환코스!
다만, 첫날의 야간 산행을 제외하면 그 계획들은
전부 흐지부지 되어버린 계획들이다...
비소식에도 강행을 할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세찬 비바람에 하산을 결정하고..
하지만 계획대로 흘러가면, 그것은..
계획대로 실행한 것만 못한 일정이 되어버린다.
첫날 간월재 비박을 끝으로 우린 더이상의 발걸음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첫날의 인상이 너무나 좋았다.
캠핑장비에 대한 욕심도 커져가고...
이 후의 일정은 언제나 그렇듯,
술과 술을 위한 술에 의한 자리가 이어졌고
마지막 우리 헤어짐의 인사는
'다 좋았지만 술을 많이 못마셔서 아쉽네'
(참고로 우리가 마신 술병은 꽤 된다......)
이 친구와 충무로에서, 노량진에서 함께 술마시던 그때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3. 주저리
이 두 번의 경험 역시 또 나를 한층 더 성숙시켜 주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이지만,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나씩하나씩 경험해 나간다면
나도 언젠가는 '나도 이제 어른이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